이름은 증류소가 아니라 옆에 선 발베니 성에서 왔다. 13세기부터 있던 폐성이고, 그 이름의 뒷말이 무슨 뜻이었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.
앞말 bal은 분명하다. 스코틀랜드 지도에 수없이 반복되는, 사람이 모여 살던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.
데이비드 스튜어트는 1962년 열일곱에 이 증류소에 들어와 60년 동안 일했다. 그가 개척한 캐스크 피니시는 한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다른 오크통으로 옮겨 향을 덧입히는 방식이다. 1993년에 나온 더블우드가 이를 널리 알렸다.
넓고 낮은 몸통은 증기가 목까지 가는 길을 짧게 만든다. 무거운 성분도 함께 넘어간다는 뜻이다. 이 술의 두툼한 질감은 여기서 시작된다.
목이 시작되는 자리에 공 모양 방이 하나 달려 있다. 증기가 여기서 한 번 퍼지며 무거운 것을 떨군다. 글렌모렌지가 오 미터의 높이로 하는 일을 이 증류소는 공 하나로 한다.
공을 지난 증기가 이동할 거리는 길지 않다. 공에서 무거운 성분 일부를 떨어뜨리지만, 긴 목처럼 끝까지 가볍게 만들지는 않는다. 그래서 향은 부드럽고 질감은 두툼하게 남는다.
이 증류소의 스틸에는 목에 작은 창이 나 있다. 원래 워시 스틸에만 있는 장치인데, 첫 스틸을 중고로 들여온 흔적이라고 전한다. 형태를 바꾸면 맛이 바뀌니 백 년 넘게 그대로 복제해 왔다.
팔은 아래로 처져 있다. 넘어갈 것을 굳이 붙잡지 않는 각도다. 앞의 공에서 이미 걸러냈으니 여기서 또 조일 이유가 없다.
이렇게 나온 원액은 꿀처럼 부드럽고 질감이 두툼하다. 첫 캐스크 숙성 뒤 다른 캐스크로 옮겨 피니시해도 원액의 성격이 쉽게 묻히지 않는다. 발베니의 이중 숙성은 이런 원액의 질감을 바탕으로 한다.
Balvenie DoubleWood 12 기준.
발베니는 더프타운에 있다. 스코틀랜드에서 증류소가 가장 빽빽하게 모인 동네이고, 바로 옆 글렌피딕과는 철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. 같은 집안이 같은 물을 쓰는데도 두 위스키의 성격은 뚜렷하게 다르다. 여기서도 답은 스틸의 형태다.
첫 스틸은 아일라의 라가불린과 인버네스의 글렌 알빈에서 들여온 중고였다. 목에 난 창은 원래 워시 스틸의 장치인데, 그 중고들이 워시 스틸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. 확정된 기록이라기보다 형태에서 거슬러 올라간 추정이다.
보리를 직접 기르고, 그중 일부는 바닥에 펼쳐 손으로 뒤집으며 싹을 틔우는 플로어 몰팅을 한다. 전체 사용량의 10~15% 정도라 맛을 좌우할 비중은 아니지만, 구리 대장장이와 통 장인을 상주시키는 방식과 함께 이 증류소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법이 되었다.
bal은 스코틀랜드 지도에 수없이 반복되는 말이다. 뒷말 venie는 확정되지 않았다.